맹신자들

김국현 goodhyun's Freetalk on 2011.11.07 09:26

변화를 두려워 하고 보수적이 되어 가는 이유는 '미래를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부자도 그럴 수 있지만, 극빈층도 그럴 수 있다. 지금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데 여기에 변화가 닥치면 가늘게 매달린 일상의 끈마저 끊어질까 두려운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중 운동(mass movement)”을 디자인하는 이들에게 피라미드의 맨위, 맨아래는 대개 필요가 없다.

개혁은 불만 만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권력 의지 즉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함, 막연하고 과장된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아예 “절망”할 여유도 없는 이들은 부적합한 셈이다.

대중운동이란 불만을 응축하여 폭발시키는 기재일 터, 그 불만이 폭발하는 시점은 바로 경계선, '모퉁이 바로 뒤에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이다. 그러나 이 희망을 벌크로 주입하기 힘든 계층은 대중 운동에 맞지 않다. 현실감을 기꺼이 잃어 버리며 현실을 숭고한 행군의 한 부분으로 헌납해 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춘들이 한국 기성 정치 집단들의 대중 운동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가는 일이다.

1951년에 쓴 이 책은 이렇듯 오늘날의 한국의 민중 양태를 독해하는데도 유효하다.

"아직 건설되지 않는 도시, 아직 가꿔지지 않은 정원을 위해 싸우고 목숨을 바치”게 만들어야 하고, 기존 집단 내 유대관계 즉 가족을 무너뜨려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어느 무엇 하나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그들을 위해 건설될 도시, 가꾸어질 정원 따위 애초에 안중에 없었으니까. 여기에 저출산 핵가족화, 다양성, 선점된 기회로 인한 궁핍한 답답함까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렇게 그들은 사뿐히 무시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라면 그 귀찮지 않음에 오히려 기뻐할 것이다. 대중 운동은 설령 자유를 내걸었어도 기껏해야 단결과 자기희생을 통해 자유를 단념하게 만들 뿐.

저자의 통찰이 말하듯
창조자는
자존감이 있기에 대중운동에 빠지지 않는다.

'자기 손안에서 나날이 세계가 자라고 성장하는’ 촉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맹신자로 살지 않을 청춘의 특권을 기꺼이 그리고 경쾌하게 집어 들 때다. 
타인에 의해 주입되지 않은 스스로의 신념으로 앞으로의 도시, 앞으로의 정원을 창조해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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