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부는 “한국형”의 꿈을 또 다시 꾸는가?

“한국형’ 모바일 OS를 만들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을 보는 시선은 하나 같이 싸늘하다.

그럼에도 왜 정부는 그러한 구태를 여전히 버리지 못할까?

여기에는 건국 이래 한국 정부의 기조가 유교적 덕치주의에 기반할 수 밖에 없었던 경위가 있다. 즉 계몽적 군자가 백성을 인도한다는 설정인데, 한국적 관료제는 전후 한국 경제 부흥의 리더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가장 유능한 이들이 고시를 거쳐 최고 엘리트로 봉사했던 것. 실제로 한반도에서는 정부가 이끌고 중후장대형 기업군이 뒤따르며 심시티를 일으켰는데, 이에 실제 참여했던 이들의 무용담은 육성으로 들으면 그 자체로 굉장한 마력이 있어 그 체험을 직접 겪은 이들이 한국형 토건 케인지안이 되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이다.

따라서 정부가 대기업들과 포메이션을 형성하려는 습성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관료 조직처럼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 곳이 없고, 또 낙하산으로 예우를 받을 수도 있기에, 5개년 계획을 3번 돌리는 장기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다. “대한민국” 그 자체가 거대한 영속적 “종합 기업군”이었고, 정부는 그 “컨트롤 타워”였던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이 과거의 성공 체험에 최적화된 관료 조직은 21세기가 도래하면서 사회에 창조적 파괴가 일어날 기회를 방해해 버리고 만다. 엄청난 일들이 엄청나게 짧은 사이클로 일어 나는 환경 속에서, WIPI, 공인인증 등 정부발 혁신은 대부분 장애가 되어 버린다. 꿈은 컸을지 모르나 현실은 각종 인허가를 통한 통제라는 정부의 습성이 IT에 파급한 사례가 되고 만 셈이다.

특히 소프트웨어란 정부발 산업 정책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IT 버블과 스마트 시대로 이어지며 글로벌하게 증명된다. 덩달아 대다수 IT 산업 정책이 실패함에 따라 관료의 위상도 저하될 수 밖에 없었고, 두뇌회전이 빠른 정치권은 정부의 입김이 잘 듣고 또 체면이 설 수 있는, 즉 사진이 잘 나오는, 토건 및 중공업으로 산업 정책 포커스를 유도한다. 그 것이 지금의 한국이다.

그러나 따라가야 할 국가모델이 명확히 있고, 리소스(인재+자재)의 동원이 최우선 과제였던 시절에는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그렇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데, 그 이유는 한국 사회가 성장을 멈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인이자 결과이다.

이 시점에서 등장해야 하는 것은 드러커를 읽지 않아도 직감으로 알 수 있듯 이노베이션이지만, 정부에서 이 일이 시작되는 일은 기적이다. 왜냐하면 방임적 자유란 정부의 적(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임적 자유는 파괴적 혁신의 씨앗이다.

정부의 강점은 재해나 전쟁과 같이 민간 섹터 전체에 향후 어떠한 불편과 심지어 피해가 가도 리소스의 총동원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십분 발휘된다. 그렇지 않을 때는 역할과 규모를 줄여야 하지만, 이런,.. 여기서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백성을 보살펴야 하는 군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Comments

“왜 정부는 “한국형”의 꿈을 또 다시 꾸는가?”의 6개의 생각

  1. 정부의 문제일까요, 국민의 문제일까요?
    무슨 빅이슈만 있으면 반사적으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언론이나, “나라님”이 한 방에 해결에 주길 바라는 국민성에서는 이러한 현상은 지극히 normal하지요.
    이러한 한국적 DNA는 몇 세대를 더 거쳐야 한국사회의 유전자풀에서 소멸될지…

  2. 저도 토종 OS를 개발해야한다는 이야기에 좀 걱정스럽습니다. ^^;;;

    OS라는게 만든다고 다가 아니라 사용자들을 모을 수 있는 킬러 앱도 필요하고 꾸준히 다듬고 완성해나가야 하는 것인데…

    과연 우리 나라에서 꾸준이 몰고 나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네요. 그냥 시작만 하고 마무리는 못한 체 끝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ㅠㅠ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