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goodhyun's Freetalk on 2011/03/21 09:00

이번의 일본 대지진은 대표적 블랙 스완이다. 상정 가능한 레벨을 뛰어 넘는 사건에 이미 사태는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넘어 가고 있다.

특히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원전 사건은 일본은 물론 심지어 우리 사회에도 여러 가지 사회적 심리적 잔해를 남기게 될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도쿄전력의 초기 대응이 성공적이었다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원전은 대체로 안전하다는 절호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이에 실패했다. 현재 추세만 보아도 적어도 후쿠시마 반경 30km는 앞으로는 거주 불가의 DMZ가 될 수 밖에 없다.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생각해 보면 된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후쿠시마’가 네거티브 브랜드가 되어 그 지역과 주민과 산물의 차별이 일어나고, 그 반경이 확대되는 일이다. 논리적으로 넌센스이지만 오늘 시장에서 일본산 생물 생선은 팔리지 않고 쌓여 있었다.

그리고 이 ‘후쿠시마’의 브랜딩은 한국의 원전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말 것이다. 아마 향후 원전 건설 논의마다 이 악몽은 굉장히 현실적인 세력이 되어 반대할 것임이 명약관화. 문제는 한국의 원전 의존률은 일본보다도 높은 36~40%. 원자력에 의한 저렴한 전기 공급이라는 지름길은 일본을 벤치마킹해 고도성장기를 구가했던 한국으로서는 피할 수 없었던 길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오늘에 원전이 기여했음은 그런 의미에서 사실이다. 즉 누군가에게는 청춘이요 보람이었던 것. 단일 학과로 있는 것이 늘 신기했던 원자력공학과는 꽤 인기학과였다.

이번 사건에서 또 유의 깊게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 중차대한 사건에 있어서의 정보의 흐름이었다. 이 사건에서 정보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라는 이해 당사자만이 알고 있었다. 여러 의미에서 자신의 미래가 걸린 정보인 것. 원전을 죽이고 싶지 않은 마음과 원전이 위험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었음이 느껴졌다.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도쿄전력의 민영화 탓이라 하지만 이는 사실 무근. 이미 어설프게 민영화된 전력회사의 관민유착은 일본 내에서도 많은 문제가 되었다. 전력 그리드가 스마트해지기 전까지는 진정한 민영화란 일어나기 힘들다.)

과연 우리는 원자력을 버릴 수 있을까? 이제는 아마도 힘든 일.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수십기의 원자로를 껴안고 있는 우리는 때때로 ‘후쿠시마’를 기억하며, 그리고 불어 오는 황사 때마다 고도 성장기에 접어든 중국의 원자력을 걱정하며, 그렇게 21세기를 살아 갈 것이다. 성장을 선택한 인간의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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