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그리운 미래, 태국 : [탁신- 아시아에서의 정치비즈니스]

모택동이 한 말 중에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다른 나라의 이미지에서 “우리의 그리운 미래”를 보게 된다면 이보다 적합한 용례는 없을 것이다. 

한국인에게 있어 태국이라 하면 휴양 비치, 한류 시장, 그리고 저렴한 유흥지의 만만한 이미지 정도가 떠오를 것이고,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고, 거의 10년 만에 그 곳에 다녀왔다.

사람들은 여전히 친절했고 평온했다. 태국 남부 지역에는 “We love our king’이라는 노란 현수막이 벽과 도로에 걸려 있었다. 이 이외에는 2010년의 태국을 괴롭혀 온 왕당파(옐로셔츠)와 탁신파(레드셔츠)의 갈등은 장기전으로 접어 든 것인지 잠잠해 보였다. 그러나 정치적 반목에 발목을 잡힌 채 성장의 틀이 형성되지 못하는 공간. 태국은 우리의 더 없이 좋은 반면교사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왜 거리로 나갈까?

이유는 두 가지를 찾아서다. 하나는 (한국의 2010년 대표 키워드였던) ‘정의’요, 또 하나는 ‘혼돈’이다. 전자는 이해하기 쉽지만, 후자는 의외일 것이다.

혼돈이란 사회의 피라미드가 무너지게 함으로써 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준다. 혼돈에는 그야 말로 파국적 희생이 뒤따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혼돈을 추구한다. 왜냐하면 혼돈의 대가와 조건이 바로 자유이기 때문이다. 시민은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와 자신이 믿는 자유를 만들어 줄 ‘혼돈’을 위해 짱돌을 드는 것이다.

태국의 옐로셔츠는 기득권을 대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들이 혐오하는 것은 포퓰리즘에 의해 고착화되는 질서다. 우리 사회에도 자신은 철저히 자본주의적 신자유주의적 얼개에 충실한 결과로 성공했으면서, 민중 운운하면서 복지니 사회주의니 대중들이 좋아할 말을 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이들이 있다. 농민과 도시 빈민은 늘 거대한 표밭이고 이들의 마음을 사고자 친서민 메시지를 풀어 헤치는 일은 늘 효과적인 것이다. 탁신은 차치더라도 남미의 예를 보면 성장과 생산성에 기반하지 않은 선심의 말로는 파국적이다.

시혜의 향수에 빠진 이들이 레드셔츠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탁신이 19억달러를 세금 없이 꿀꺽해도 그들은 선심의 추억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도표의 중심에는 세금을 납부하는 태국의 중산층이 작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착취한 돈은 두 방향으로 흘러갔다. 위쪽 방향으로는 부자들이 정부의 승인, 대규모 프로젝트 및 부패를 통해 얻은 엄청난 이익을 메우고 있었고, 아래쪽으로는 탁신으로 하여금 계속 대중의 인기를 얻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던 포퓰리스트 정책에 사용되고 있었다.”

오, 이런, 태국이나 한국이나…

우리 사회도 까딱 잘못하면 태국처럼 되겠다. 라고 말하기를 기대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반대다. 어쩌면 오히려 그들이 부럽다. 그들은 적어도 우리처럼 혼돈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까. 내전이 무섭다 한들 남북이 갈려 있는 우리만 하겠는가.

한국민은 심각한 계급사회 속에 살면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유를 만들어 줄 혼돈을 감내할 용기를 이미 잊었으며, 스스로 살아 가려는 야성도 시들해진데다, 기득권의 전략적 사고 회로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피라미드는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자, 태국이 우리의 반면교사인가, 우리가 그들의 반면교사인가.

Comments

“우리의 그리운 미래, 태국 : [탁신- 아시아에서의 정치비즈니스]”의 2개의 생각

  1. 저도 한달전 푸켓을 다녀왔었죠. 그들의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조금이나마 정치적 상황을 감잡게 해주셨네요.
    한국의 계급 문제가 어느 때보다 공고해지고 있지만… 지금 뭔가 달라지기에는 단단함이 아직 엉성하지 않은지… 단단하다가 갑작스레 깨지는 날이 오겠지요. 길게보면 역사는 항상 그래왔는걸요.. 특히 한국 역사는 기득권층의 오만함과 민중들의 분노로 기울뚱기울뚱해도 꽤 오래 지속되다가 변혁의 시기를 맞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는…

  2. 잠시 포퓰리즘이란 단어에 무상급식이 떠올랐다가, 777과 저(이산화)탄소녹색성장등이 진짜 포퓰리즘이란 생각이 들었읍니다 남은 임기 3년을 ‘한국방문의 해(들)’ 로 지정한다고 외국인들이 찾아올까요 답답해서 몇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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