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관측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들 / 신인왕제색도

인터넷의 등장으로 영향을 받은 것들이 어디 한 둘이 아니겠지만, 블로그에 의해 산문(散文) 장르가 받은 압박도 상당하다. 언제부터인가 산문집을 안 읽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카페에 블로그에 적당히 친한 보통 사람들이 쓰는 산문이 더 친밀하고 더 재미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종이에 제본되는 모든 글은 다 제각각의 축을 가지고 있다. 산문집의 매력도 그 축에 있음을 독자는 가끔 잊곤 한다. 

이 책은 영화 스모크로 유명해진 정점관측(定點觀測)을 축으로 나온 산문집이다. 저자는 집요하게 인왕산을 보고 있는 듯하지만 눈길이 향한 곳은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의 일상이다. 정점관측은 정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특히 고향에서 떠나지 못하고 여전히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강렬하고도 미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내가 태어난 동네 대로변의 낡은 골목은 무너져 내리고 대신 주차장과 승용차 쇼룸이 들어 선 적이 있다. 나는 무너뜨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무너지기 전의 모습을 아니 그보다 내가 태어났을 무렵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었을 것이다. 내 어깨 너머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 동네를 매일 찍고 있었다면 그리고 빠르게 책장을 넘기듯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저자의 정점관측은 수동이었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자동이 가능하다. 예컨대 PC 한 대와 USB 카메라 하나와 이러한 소프트웨어 하나면 모든 것이 준비 OK.

우리 모두 날이 풀리면 리피터 달린 5m USB 케이블 하나 집 밖으로 뽑아, ‘내게 있어서 인왕산에 해당하는 풍경’ 관찰 시스템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또 하나. 내가 태어난 날의 날씨를 기상청 민원실에 전화하면 알 수 있다는 점도 배웠는데, 기상청 대표 전화 (02)2181-0900 로 걸려다가 기상청 웹에 들어 가보니

http://www.kma.go.kr/weather/observation/past_cal.jsp 

가 있었다.

내가 태어난 그 날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날은 어떤 빗소리였을까?

Happy new year. 

Comments

“정점관측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들 / 신인왕제색도”의 2개의 생각

  1. 다른 제목으로 글을 썼다가 지우고는 이 글을 쓰게 되어서는 그대로 트랙백을 했네요. 첫 번째 트랙백은 지워주시면 안될까요? ^^ 두 개의 글의 같은 글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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