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세와 직접세

goodhyun's Freetalk on 2010/08/17 00:32

간접세를 늘리겠다는 선언은 일반적인 민주주의체제에서는, 특히 시민들이 불황이라 느끼고 있을 때는, 지지율을 급감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보통은 신중하기 마련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난 일본 민주당의 참의원 선거 참패 원인으로 소비세 인상 논의가 있었음은 좋은 교훈. 조세저항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정말 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가장 효과적으로 세수를 늘릴 수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현 정부가(아니면 대통령 개인이) 용기를 낸 배경이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연하지 않기. 사실 이러한 용기는 기업 CEO에게는 꽤 필요한 자질인데, 문제는 지금 우리는 기업이 아닌 정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데 있다. 기업은 가끔 폭주를 한다. 기업을 이륙시키는 것은 대개의 경우 그러한 목숨을 걸고 뛰어 오르려는 용기에서 온다. 장렬하게 산화할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 것이, 그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바로 주식회사이기 때문이다. 아프겠지만 다시 추스려 또 살아 가면 된다. 그 자리는 다른 기업이 채우고, 또 말도 안되는 폭주라면 벌어지기 전에 시장의 견제가 들어 온다. 그러나 똑같이 사람이 모인 조직이지만 국가와 정부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단 하나의 정부, 임기 동안은 일체의 경쟁이 없는, 또 다른 성격의 조직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조직에 자금을 대기 전에, 우리는 이 조직에 기대하는 바를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 조직이 우리들의 세금을 가져 가서 제대로 활용하고 있었는지 냉철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여러 성격의 정권을 거치는 동안 점점 비대해져 왔고, 그 결과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득권이 되어 왔다. 국민이 받는 스트레스 중 굳이 안해도 되는 일을 정부가 벌여서 초래된 일이 적지 않다. 살아 가는 것은 어떻게든 우리끼리 살아 갈 텐데, 왜 이렇게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인지 때때로 시민은 궁금하다.

지금 당장 과연 그 돈이 정말 필요한지, 통일이란 그렇게 돈을 미리 걷어 둬야 할 만큼 두려운 것인지, 독일처럼 일단 통일이나 되고 걱정하면 안되는지, 이 특정 목적의 적합성에 대한 논의도 해야겠지만, 더욱 더 지금 시급한 것은 지금 이미 거두어 들이고 있는 세금이 '공정하고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지 점검하고 국민 스스로 자발적으로 이해하는데 있다. 내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성남시 지불유예 사태 이후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일각에서 통일세를 간접세가 아닌 직접세의 대표격인 법인세와 소득세로 조달하라고 주문하는 것 역시 약간 이해 부족. 정작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법인세가 더 저렴한 해외 법인으로 법인세를 나눠 낼 수 없는 중소기업과 유리지갑 샐러리맨의 소득세다. 새로운 꿈을 꾸려는 법인과 한달 한달 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피고용인의 소득은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간접세는 금융자산으로 살아 가는 불로소득자도, 세무서는 알 수 없는 어둠의 비즈니스도 어쩔 수 없이 소비한 만큼 내야 하니 투명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오히려 공평하다. 직접세를 늘리자고 하면 재벌과 불로소득층을 때린 듯하여 기분은 좋을지 모르지만, 정작 타격을 입는 이들은 열심히 산 사람들일 수 있는 것, 아이러니지만 이 것 또한 사실인 것이다. 분배는 분배를 위한 확실한 정책목표를 통해 이루어져야지, 분배된 듯한 느낌처럼 위험한 것은 없는 일이다. 간접세의 역진성을 이야기하고픈 마음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무서운 역진성은 막 창업하려는 법인과 이제 사회에 들어간 젊은이의 소득세가 앞으로 더 늘어날 연금생활자와 기득권형 불로소득자를 먹여 살려야 하는 시스템에 있다.

작금의 정부 운영을 볼 때 언젠가 증세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다만 세금의 형태도 시기도 모두 상상 밖이다. 스펙타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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