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세와 직접세

간접세를 늘리겠다는 선언은 일반적인 민주주의체제에서는, 특히 시민들이 불황이라 느끼고 있을 때는, 지지율을 급감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보통은 신중하기 마련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난 일본 민주당의 참의원 선거 참패 원인으로 소비세 인상 논의가 있었음은 좋은 교훈. 조세저항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정말 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가장 효과적으로 세수를 늘릴 수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현 정부가(아니면 대통령 개인이) 용기를 낸 배경이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연하지 않기. 사실 이러한 용기는 기업 CEO에게는 꽤 필요한 자질인데, 문제는 지금 우리는 기업이 아닌 정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데 있다. 기업은 가끔 폭주를 한다. 기업을 이륙시키는 것은 대개의 경우 그러한 목숨을 걸고 뛰어 오르려는 용기에서 온다. 장렬하게 산화할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 것이, 그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바로 주식회사이기 때문이다. 아프겠지만 다시 추스려 또 살아 가면 된다. 그 자리는 다른 기업이 채우고, 또 말도 안되는 폭주라면 벌어지기 전에 시장의 견제가 들어 온다. 그러나 똑같이 사람이 모인 조직이지만 국가와 정부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단 하나의 정부, 임기 동안은 일체의 경쟁이 없는, 또 다른 성격의 조직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조직에 자금을 대기 전에, 우리는 이 조직에 기대하는 바를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 조직이 우리들의 세금을 가져 가서 제대로 활용하고 있었는지 냉철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여러 성격의 정권을 거치는 동안 점점 비대해져 왔고, 그 결과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득권이 되어 왔다. 국민이 받는 스트레스 중 굳이 안해도 되는 일을 정부가 벌여서 초래된 일이 적지 않다. 살아 가는 것은 어떻게든 우리끼리 살아 갈 텐데, 왜 이렇게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인지 때때로 시민은 궁금하다.

지금 당장 과연 그 돈이 정말 필요한지, 통일이란 그렇게 돈을 미리 걷어 둬야 할 만큼 두려운 것인지, 독일처럼 일단 통일이나 되고 걱정하면 안되는지, 이 특정 목적의 적합성에 대한 논의도 해야겠지만, 더욱 더 지금 시급한 것은 지금 이미 거두어 들이고 있는 세금이 ‘공정하고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지 점검하고 국민 스스로 자발적으로 이해하는데 있다. 내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성남시 지불유예 사태 이후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일각에서 통일세를 간접세가 아닌 직접세의 대표격인 법인세와 소득세로 조달하라고 주문하는 것 역시 약간 이해 부족. 정작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법인세가 더 저렴한 해외 법인으로 법인세를 나눠 낼 수 없는 중소기업과 유리지갑 샐러리맨의 소득세다. 새로운 꿈을 꾸려는 법인과 한달 한달 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피고용인의 소득은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간접세는 금융자산으로 살아 가는 불로소득자도, 세무서는 알 수 없는 어둠의 비즈니스도 어쩔 수 없이 소비한 만큼 내야 하니 투명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오히려 공평하다. 직접세를 늘리자고 하면 재벌과 불로소득층을 때린 듯하여 기분은 좋을지 모르지만, 정작 타격을 입는 이들은 열심히 산 사람들일 수 있는 것, 아이러니지만 이 것 또한 사실인 것이다. 분배는 분배를 위한 확실한 정책목표를 통해 이루어져야지, 분배된 듯한 느낌처럼 위험한 것은 없는 일이다. 간접세의 역진성을 이야기하고픈 마음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무서운 역진성은 막 창업하려는 법인과 이제 사회에 들어간 젊은이의 소득세가 앞으로 더 늘어날 연금생활자와 기득권형 불로소득자를 먹여 살려야 하는 시스템에 있다.

작금의 정부 운영을 볼 때 언젠가 증세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다만 세금의 형태도 시기도 모두 상상 밖이다. 스펙타클 대한민국.

Comments

“간접세와 직접세”의 10개의 생각

  1. 핑백: anarch's me2DAY
  2. 헛 공부 하셨군요.
    중소기업과 사회초년병들의 법인세와 소득세를 걱정해주는 분이
    어찌 새우깡 하나를 사 먹어도 이건희와 생활보호대상자가 같은 세금을
    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하시는지…

    간접세는 소득불균형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고,
    우리의 간접세율이 OECD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조세불평등이란 점은 어찌 언급하지 않습니까?

    언급한 몇 몇 부류가 피해가 예상된다 하여, 잘 살던 못 살던
    전 국민에게 골고루 그 피해를 나눠주자는 발상과,
    그렇게 했을때 그 상대적 이익은 과연 누가 취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과연 님과 같은 걱정이 없어서
    간접세 보다 직접세의 비율이 높은것인지도 한번 고려해 보시고…

    님의 글을 보자니,
    종부세가 세금 폭탄이라며 거품 물어 마치 전국민이 종부세
    대상자 인 것 처럼 호도하던 상위2%들의 교언영색이 떠오릅니다.

    당장 법인세나 소득세를 올렸을때, 저항이 심한 것은
    서민이 아니라 그들보다 오름폭이 훨씬 큰 이른바 상위2%임이
    자명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큰 만큼 상대적으로 편한 간접세를
    들먹이는게 정권이란 것 도 좀 아시고…

    부가세와 같은 간접세를 건드렸을때,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와
    배고파서 비싸도 어쩔수 없이 목구녕에 먹을 것 을 사서 넣어야
    하는 더 많은 서민들의 부담이 커 진 다는것을 깨닫기 바랍니다.

    님이 걱정하는 중소기업이나 사회초년병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된 다는 사실 잊지 마십시오.

    1. 글이 짚는 문제를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규제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헛점이 발견되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거나 무력화됩니다.
      결국 실패하게 되면 나중에 정말로 필요할 때 그 실패로 인해 제대로 된 규제를 하지 못합니다.
      정책을 기안해서 실행하는 기회는 분명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기회를 side effect로 날리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 윗 글과 같은 의견이 심도있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약자를 위하고 정의를 원한다면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3. 앞선 댓글에 동의합니다. 한국의 소득세는 지나치게 낮습니다. 훨씬 더 올려야 합니다. 또, 종합 소득세도 모든 이에게 적용해서 모든 종류의 소득을 합산해서 과세해야 합니다.

    소득세를 올린다고 해서 모든 소득 구간에 대해 똑같이 올릴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4. 단기간에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네요~ 바쁜 일상에서도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어디에 관심을 두어야할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하나하나 이해해나가야하는데 개개인으로서는 거대한 움직임앞에 힘없이 무뎌지기만 하네요..하지만 이끼처럼 살아남겠습니다!

  5. 사회 전체를 생각하면 댓글처럼 간접세보다는 직접세를 올려야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쥔장님 실수하신듯^^ 아무래도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에 비추어 바라보며 글을 쓰신것 같은데,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을것 같다는…지나가는 이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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