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자리보다 중요한 것들

"매출 12조원의 SK텔레콤 직원이 4500명인데, 작년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NHN은 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비율대로라면 SK텔레콤은 6만명을 고용할 수 있다"며 "기술집약적 사업도 중요하지만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 갈등이 최소화되는 사회가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시중 "대기업 일자리 늘려야"

실언인가보다 하고 그냥 넘어 갈 수도 있겠으나, 이 발언은 두가지 관점에서 심각한 착오이고, 진심이라면 무서운 일이다.

  1. 기업이 고용을 선형적으로 늘리고 이도 모자라 계열사 및 자회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시기는, 거래(커뮤니케이션)비용을 줄여 노동력을 포함한 최적화된 부품 및 자재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제조업 중흥기였다. 우리로 치자면 고도성장기. 가장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곳은 따라서 공장과 건설현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시기는 바로 그 고용 창출을 위해서 이 발상으로부터 탈피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시기다. (이에 대해서는 ZDNet 컬럼 “우리는 모두 공범: IT, 생산성과 고용 이야기” 참조). 지금 이 시대가 겪고 있는 청년실업의 대역폭과 그 규모는 물론, IT가 일으키고 있는 시대의 변화를 자칭 ICT 관제탑에서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
  2. 정부 최고 규제 기관에서 매출에 따른 적정 인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일은 내가 아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다. 만약 이 발언에 정말 어떠한 의지가 들어 있다면 이는 전체주의 국가에 다름 아니다.

이 논리라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몇명을 고용해야 할까?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고용폭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다들 생각한다. 왜냐하면…

  • 마이크로소프트가 1달러를 버는 동안 ecosystem은 18.52달러를 번다.
  • 앱개발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1B(1조원이상)을 챙겨갔다.

중요한 것은 누구든 신대륙을 발견하고, 모두가 그 대륙으로 가는 길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비즈니스란 모험이다. 돌아 올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저 대양을 항해하기 위한 용기를 내기 위해 생겨난 것이 주식회사다. 배에 몇명이 탈지는 그들의 자유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발견할 대륙, 그들이 만날 사람들, 그들이 가져 올 수확물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신대륙에서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해 고용을 창출하고 또 대기업이 되어 버리는 것. 이 예측불가능한 흥분이 희망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기업은 잘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모르겠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통계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상생하는 ecosystem을 위해서 정부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은 것이다.

Comments

“대기업 일자리보다 중요한 것들”의 6개의 생각

  1.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도 저 기사보고 정말 이 사람이 제대로 알고나 하는 말인가 싶어서 황당했지요.
    논리적으로 전혀 연결되지 않는 두 자료를 가지고 망언 아닌 망언을 내뱉다니.
    (최근 대통령이 대기업 관련하여 자주 말하니 묻어가려는 것으로밖에 안보여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론과는 동떨어진’ 고용에 대한 외압이 실제 채용구조에도 알게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론적으로라면 수출입 비중이나 해외자본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구조상 해외취업이 많아야 할텐데 언어 등의 문제로 이 흐름이 왜곡되다보니 아무래도 국내 구직시장에서의 공급초과(?) 현상이 있을테구요. 이걸 국내 대기업들에게 떠넘기다보니 경제적 효율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ㅋㅋ 보니 웹2.0 경제학 양장본도 나왔던데요

  2. 발언의 의도는 어긋났지만 내용 자체는 얼마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5천명으로 12조원 매출을 올릴까요? 모든 프로젝트를 아웃소싱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반면 NHN, 구글, MS는 내부 개발이죠. MS만 해도 직원이 수만 명인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대부분이고요. 텔코회사와 소프트웨어 기업을 단순 비교하기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만, 고용 창출이라는 면만 놓고 보자면 전자가 훨씬 열악하다고 봅니다. 아웃소싱으로 인한 고용의 질이 (특히 한국에서는) 내부 개발에 비해 떨어지니까요. 물론 건강한 생태계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부가 고용을 규제하는 건 안되겠지만 엄청난 매출을 올려도 투자와 개발로 환원하기보다 현금으로 비축되는 모습을 보면 좀 안타깝습니다. 기업 특성상 어렵겠지만 IT기업의 모델을 조금이라도 따라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단순히 위의 문제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품질 향상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서요. (작년에 SKT 퇴사한 사람입니다. ^^;)

    좀 횡설수설 말이 길어졌는데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1. 댓글 감사합니다. 비밀 댓글이라 저 혼자 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만, 좋은 관점 공유해주신 바 감사드립니다.

      **님과 같은 분들이 떠나간다는 점이 그들이 걱정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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