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지불 유예 소동을 읽는 법

성남시의 과감한 지불 유예 발언은 덮어 둘 수 없었던 방만한 실정(失政)을 만천하에 드러낸 용기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사태에 대한 해법으로 지방채 발행과 사업규모축소을 거론한 것은 여전히 지리멸렬한 일.

지방채 발행이란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을 만드는 일. 그 지방을 살아가는 누군가는 언젠가 그 빚을 갚아야 한다. 빚이란 갚아야 하는 순간에는 정말 무거운 부담을 지방에 지우게 하는 것. 일반적으로 빚이란, 내일의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오늘의 나를 위해 동일인이 얻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채도 국채도 빚을 지는 자와 갚는 자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남겨야 할 무언가를 감행하기 위해 미래 세대로부터 자금을 땡겨 오는 것이다. 그 대신 내일을 위해 이런 기반을 만들어 줄께라는 약속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미래를 위한 기반이 성남시의 경우는 그 호화청사?

또한 사업규모축소라니 안이하다. 축소는 당연하다. 정말 지불 유예를 선언할 정도로 빈궁하다면 더 강도 높은 개혁을 감행해야 한다. 청사를 포함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매각하고, 지방 공무원을 감원하고, 지방 정부 산하의 모든 조직을 폐합하여 적자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피를 토하는 노력의 선언이 보통의 상식적 “모라토리움”이다.

시대는 광속으로 변하고 있는데 왜 온나라가 자꾸 땅파고 집짓는데만 몰두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오늘 질러 놓으면 누군가 처리하겠지라는 뿌리 깊은 병폐의 단면은 이 사소한 사건에도 드러난다. 뒷처리는 아마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낼 지방세와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의 세금을 통한 중앙정부교부금, 혹은 정말 미래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 축소되어 남는 돈으로 하게 될 것이다.

더욱 더 신경쓰이는 것은 성남시 등이 돈을 갚아야 할 각종 지방공기업의 부채 추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이 준정부의 부채는 결국 국가 재정의 건정성으로 이어진다. 

나라는 한 방에 훅 갈수도 있지만, 늘 징조는 있는 법이다. 그런데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것이 걱정이다. 

Comments

“성남시 지불 유예 소동을 읽는 법”의 3개의 생각

  1. 헉. 작심하고 쓰신듯. 시사 이슈에 대한 글 오랜만에 뵙네요. 예전 교육 문제는 명불허전이었는데, 지자체 부패에 대한 관점도…역시.

  2. 그 호화 청사 매각하기로 했었죠. 부지가 LH 소유라 팔고 싶어도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만… “쑈”치고는 상당히 볼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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