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Line] 블루투스, 뜰듯 뜰듯 뜨지 않는 답답함

<後記>
무선LAN(Wi-Fi)은 서서히 시민권을 찾아가고 있는듯 합니다. 그러나 너무 먹보입니다. 전기를 너무 먹어요. 블루투스는 조금 낫다지요. 블루투스 팬들은 많이 낫다고 합디다. 그러나…

  • 무선LAN : 비교적 많은 기지국(AP), 심각한 전력 소모. ▶ 벤치에 앉아서 웹서핑!
  • 2.5G(CDMA 2000 1x) : 뛰어난 커버力, 값 비싼 요금. ▶ 뛰어가면서 메일 송신!
  • 블루투스 : “이게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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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Line] 블루투스, 뜰듯 뜰듯 뜨지 않는 답답함 2002-08-14 오전 11:36:30 2002-08-15 오후 5:59:29 “블루투스, 뜰 듯 뜰 듯 뜨지 않는 답답함

016과 019가 PCS라는 다분히 기술적인 개념으로 자신을 표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들은 지금, 그러한 자아 인식이 별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화가 잘 터지면 그만이다. 자신들을 왜 써야 하는지 설득할 때 PCS라는 3자짜리 기술자 용어를 거론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정 자랑스러운 기술이라면 기기 뒤편의 스티커에 조그맣게 적어 놓으면 그만이다. 블루투스 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흔히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이라는 말을 한다. 눈 앞에 놓인 대상이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해 줄지 모호하다면 고객은 관심을 가지려는 동기를 잃게 된다. 기술 체계를 나타내는 이름만 알려지면 무얼 하나, 그 이름이 무엇을 해 줄지 다들 관심이 없는 걸. 최신 기술의 교과서적 전도보다는 FedEx의 택배맨들이 블루투스 단말을 휴대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소중하고, 제안된 가치의 소중함을 예쁘게 그려 줄 한편의 CF가 필요하다.

작금의 전파 시장, 춘추전국이다. CDMA라는 암호말을 매체를 통해 어렴풋이 배우기 시작한 대중에게, 블루투스, 와이파이(802.11b), 11a, 11g 여기에 근래의 UWB(Ultra WideBand)까지 쏟아 부어대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주파수의 빈틈이라도 생기면 또 다른 신기술이 비집고 나올 기세다. 이 혼란을 비집고 ‘나는 이런 가치를 제안하오’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블루투스는 94년 개발되어 그로부터 5년 후에 처음 상품화되었으니, 나이 먹기로 치자면 이제 중견급이다. 그런데 어째 지지부진한 것이 본 칼럼에서 처음 다룬 2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다시 2년을 믿고 기다려 볼 구석이나 있는 것일까. 얼리어답터를 자처하며 아이팩 3870을 출시 직후부터 들고 다녀 보았건만, 블루투스 활용 경험은 놀랍게도 전무하다. 블루투스에 의해 차지된 드라이버 메모리조차 아까울 지경이다.

그 동안 블루투스에 매료되었던 이유는 ‘무선LAN’과 같은 실용주의가 어필해서가 아니다. 블루투스라는 테크놀러지 스포트라이트의 그림자에 가린 PAN(Personal Area Network)이라는 알듯 모를 듯 야릇한 ‘사회적’ 개념 때문이다. 전파적으로 확보된 개인의 세력권, 사적 입장에서 보장 받는 전선(電線)으로부터의 자유. 타자를 인지하고 타자와 소통하는 보조체로서의 전파 활용. 21세기에는 필경 나를 둘러싼 장비(Gear)들의 활약에 의해 개인의 존재 증명을 시도할 것이라는, SF적 가치관 때문이다.

21세기 너머로 내달리는 바로 지금, 블루투스 헤드셋, 볼펜, 핸드폰, PDA, 캠코더 모두모두 상용화되었다. 그러나 블루투스여, 왜 뜨지 않는가? 이유를 한두 가지 찾아 보자. 우선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블루투스 칩셋의 가격은 수천원대로 떨어져서 별다른 생색 없이 어디나 탑재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블루투스 프리미엄, 즉 이 기능에 의한 가격상승폭은 대략 10만원선을 유지 하고 있다. 물론 이는 곧 나아질 것이리라.

다음. 가제트(gadget)류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드러난다. 가제트 -> 얼러어답터 -> 마니아의 정서적 순환이 일반 소비자로의 확대에 부담을 주었다. PDA에서나 쓰일만한 마이너한 무선 LAN이라는 착각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오해가 생긴 대중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 안에서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 비약을 위한 양대 거점을 누구나가 갖고 있는 핸드폰, 그리고 누구나가 갖고 있는 PC로 생각해 보자. 만약 이들이 거점이 되어 준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활용될 공간이 생기게 된다. 녹슬고 있는 아이팩3870의 블루투스가 기지개 필 아침이 바로 각 개인에게 찾아 오게 된다.

삼성은 국내출시용 블루투스폰의 시제품을 선보였고, 인텔과 대만 업체들도 마더보드에 블루투스를 기본 탑재한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루투스 마우스나 키보드는 물론 윈도우 XP의 블루투스 지원을 약속했다. 이 움직임도 통하지 않는다면, 블루투스는 물건이 없어서 안 팔린 것인지, 안 팔려서 안 만든 것인지 닭과 달걀의 딜레마에 빠져버려 실패학의 사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목숨을 건 비약을 앞둔 셈이다.

블루투스는 전파 포화 상태인 오늘에 던져진 미완의 혁명이다. 하드웨어, 응용분야, 소프트웨어 무엇하나 그럴 듯 한 것이 보이지 않는 지진아라 하더라도, 그저 선을 치워버린 무선이 아닌 무선을 통한 개인 행동의 변화를 암시하는 혁명아인 것이다. 그렇기에 블루투스는 여전히 미발굴된 ‘니치’를 의미하는 것일지 모른다. 바로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앞으로 다시 2년이 걸릴지라도 블루투스와 같은 기술에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 2002-08-14 오후 9:45:59 Blue Nor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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