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만화책

어려서 살던 동네에는 고 길창덕 선생이 살고 있었다. 하교 길에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행여 얼굴이라도 볼까 기웃거렸던 추억이 생각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만화야 말로 가장 보편적인 자아 형성 도구가 아닐까 한다. 만화는 여느 활자 문화보다 가장 짧고 편리하고 강렬하게 보편적으로 공감을 주는 매개물임을, 스스로 그 매개물을 만드는 입장이 되어 보면서 깨닫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본서에서도 기술한 길창덕 만화의 한계에는 어른으로서는 공감하지만, 당시의 내가 읽던 그 만화의 세계는 그 자체로서 완벽했다. 그 것이 만화의 무서운 점이리라. 독자를 위한 자체 완결적 세계관을, 매우 짧고 편리하고 강렬하고 보편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지에 따라 ‘내 인생의 만화책’이 될 영광은 주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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