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3%

저자는 오세훈, 강금실과 싸웠던 서울시장후보로, 정동영, 정몽준과 싸웠던 동작을 후보로 기억되는 현 진보신당 대변인 김종철. 책이름은 당시의 득표율. 진보진영의 젊은 기수로 촉망 받았지만, 그가 이륙하기에 서울시도 동작구도 평평한 활주로는 아니었다. 본서는 그 비행 시도 자체보다는 그가 왜 그 시도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젊은 날의 후일담이다.

젊은 날이라… 그와 나는 같은 직장에서 같은 세월을 보냈다. 서울대 학생운동의 주력부대가 설립한 나눔기술에 어찌어찌 인맥으로 동참하여 말단 생활을 하며 90년대를 보낸 셈인데, 내가 그 간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첫 직장에서 배웠다.”며 작은 기업 예찬론에 빠져 있던 반면, 그는 이 책에서 “죽는 줄 알았다.”라는 촌철살인으로 그 치열했지만 그만큼 어려웠던 시절을 정리해 버린다.

촌철살인. 출마 당시의 그를 기억한다면, TV토론에서의 그의 모습, 그의 언행, 그리고 간간히 보였던 그의 진정성 모두, 함께 IT의 현장에서 굴렀던 내 눈에 비치던 그의 모습 그대로다. 변함 없고 올곧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그는 ‘노무현을 넘어선 노무현’을 꿈꾼 ‘소년 장수’다. 그러나 역시 그의 말처럼 정책 결정권자가 된 이후로는 보통사람들이 염원했던 노무현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그가 그의 인생을 걸고 풀어내야 할 숙제가 있다. 참됨과 진정성의 리더를 넘어, 진정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지닌 리더.

그는 이제 학생운동의 시대를 이끌고 관통했던 그 추억을 이 책을 마지막으로 버려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의 지구상의 리더들에게 기대되는 것은 국민의 자유, 그리고 이에 입각한 경제의 효율성이다. 모든 이데올로기가 꿈꿨던 보편적 행복은 계획 경제나 평등 주의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그도 여러 번 언급한 ‘97%가 행복하다 말하는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의 복지도 결국은 그 국가가 향유하고 있는 고도의 경제적 효율성과 국민의 자유에 기인한다. 북유럽이 북유럽일 수 있었던 것은 이 효율적 자유에 입각한 고도의 생산성 잉여와 분배 우선 조세 정책이 맞아 떨어진 결과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들은 정책적으로 케인즈주의의 한계를 인지하고 과감하게 자본의 적자 생존과 세이프티넷에 의한 노동 유연성을 드라이브했다. 정부는 유능하고 엄격한 심판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지향점으로 ‘민주적 사회주의’를 이야기한 점은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이제 와서 NL이니 PD니 더 나아가 마르크스 경제학의 낭만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오히려 결국은 그렇게 걱정하던 ‘소년 장수 증후군’을 야기할 뿐이다.

우리는 지금 이 어둠을 비출 진정한 진보를 원한다. 진보란 과거를 추억하는 행진이 아니다. 오히려 참여, 개방, 공유라는 웹2.0의 식상한 슬로건이 더 진보적이다. 지금도 비트를 타고 수 없는 에너지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다. 진보란 이들로부터 연대를 이끌고 대오를 형성하는 일일 것이다. 말 그대로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21세기적 연대를 위해 다시 서기를 바랄 뿐이다.

난 우리가 덴마크가 될 수 없었던 것은 안델센과 Jacob Jensen이 나올 수 없었던 근현대 사회였기 때문이라는 농담을 한다. 오히려 김종철이 해야 할 투쟁은, 그의 ‘사람은 섞여야 산다’는 교육철학,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의견 등에서 읽을 수 있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갈망과 그로 인해 이륙될 수 있는 사회와 경제의 효율화를 모색하는 일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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