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씨가 “장편(長篇) 만화를 그려야 한다”고 했다.
그 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장편을 쓰고/그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장편은 나만이 아닌 누구나의 꿈이었다.
누구나 그 것이 무엇이든 마음 속에 쓰지 않은 장편 하나 쯤 품고 사니까.
우리의 삶이 일상에 함몰될 수록, 꿈꾸는 일들…
시간이 나면…
이 다음에…
~를 이루고 나면…
그 때 꼭 하리라 마음 먹는 숙원의 무엇.
그런데 그런 날은
지금 이미 하고 있어야
찾아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의 초기 소설들은 이야기의 단락, 즉 끊어짐이 극심했는데, 많은 이들은 그 것을 신선한 신세대적 스타일로 받아들였지만, 그는 전업작가가 아니었기에, 일상의 틈을 내 쓴 소설이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생각해 보니
내 책들의 원고도 주로 지하철에서 나왔다.
만화도 자기 전 15분을 줄여서 그리고 있다.
생각해 보면
뭐든지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15분의 챕터들. 30분의 섹션들… 누구에게나 주어진 일상의 디저트 한 조각들.
단편을 이어 가면 장편이 아니던가?
일상의 작은 행복을 이어 가면 그 것이 인생의 행복이 아니던가?
하루의 꿈 조금씩 이어 가면 그 것이 미래가 아니던가?
다시 조금씩 나만의 장편을 이어 가겠다 마음 먹은 초겨울 밤에,
여러분도 여러분의 장편을 이어 가길 바라는 마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