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IT

늘 어린이에 천착하는 아래 최승준씨의 작품들은, 일상적 상식에 고착화된 오늘날의 UI, UX 등을 넘어 가장 본질적인 ‘상호작용’을 탐구하게 해 준다. 그런데 일상적 상식에 가린 대상은 어린이의 반대편에도 있다.

전시회가 끝나고 할머니에게 갔다.

90대중반인 할머니에게 큼지막한 버튼이 달린 효도폰을 달아 드리고 왔다. 이제는 전화를 하는 일도 힘들지만, 가족이 궁금한 마음은 나이가 들수록 깊어만 간다.

전화와 TV는
할머니의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웹2.0은,
3G는,
할머니와 손자조차도 좀처럼 이어주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RSS라는 시그널로
내가 살아 있음을 세상을 향해 알리고 있지만, 
소중한 가족은 어쩌면
늘 파동의 음영에 있다.

찍어 놓고 방치되는 수많은 디카 사진 중,
단 한 장만 볼 수 있어도
할머니는 웃을 수 있는데,
게으름을 털어내고 포스팅할 여유는 있으면서도
그 특별한 부지런함은 떨지 않는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100$ PC처럼, 100$ 효도 단말이 있다면 어떨까?

TV 옆의 저 액자처럼,
오늘 찍은 내 사진이 전송되어 바로 흐르고,
메시지를 보내면 커다랗게 보여드리며,
키보드를 쳐 본적 없는 할머니도 손으로 만져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그리고 그런 할머니의 얼굴을 잠시나마 볼 수 있는,
그런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면…

정말 기술이 사람을 향하고 있다면,
이 타겟 마켓에서 큰 돈 벌일 없음이 분명하지만,
황금어장 젊은이들을 대할 때와는 다른 설레임으로,
향할 수 있으련만…

Comments

“할머니의 IT”의 11개의 생각

  1. 저도 몇년전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디바이스가 없었습니다. 최근 일과 관련해서 DPF 에 대해 조사할 일이 있었는데, 제 생각에는 현재의 DPF(Digital Photo Flame) 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미 무선랜까지 내장하여 어플만 잘 꾸며진다면 사용가능한 상황이기도 하죠..

    빨리 잘 만들어진 패킷상품이 나와서 이 소망이 이루어 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이 사람을 향해야한다는 말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정말 좋은글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요즘 어르신들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구요…. 정말 도움이 안되는 사업일까요;;
    오히려 틈새공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기술은 모든 사람을 위해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장애인이던 노인이던말이죠~
    디지털 액자에 이미지를 자동으로 다운 받을 수 있는 기능을 삽입하여 상품을 출시한다면 성공할것 같은데요??

  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글이군요.
    특히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저도 바로 위 분처럼 디지털 액자에 이미지가 자동으로 흐르게 된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괜찮은거 같습니다. 잘 개발만 된다면 효도 상품으로도 그만일 듯 하구요.

  4. 핑백: McFuture.net
  5. 우리 할머니도 90대중반까지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할머니에 대한 손자의 사랑이 느껴져서 가슴 따스해 집니다.
    말씀처럼 100$ 효도 단말이 있다면.저도 당장 구입 할래요..
    앞으로 10년이내엔 그런 상품이 나오겠죠? ^_^

  6. 좋은 상품기획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_^;
    포토 프레임은 다른 사업본부로 넘어갔지만..곧 그 사업본부로 합쳐질 운명이니..
    저는 할머님이 모두 안계시지만..조카 너무 보고 싶어하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꼭 개발하고 싶은 기기네요..

  7. 북세미나 통해 “웹2.0 경제학” 강의하신 걸 보고
    친구하고 싶어서 방문했습니다.
    저는 웹2.0이란 말을 지난 달에야 알게된 사람인데,
    위에 쓰신 글을 보고 느낀 것처럼
    기술이 인간의 삶에 정말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는 소중한 도구로 쓰이길 간절히 바래서
    새로운 개념의 웹사이트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꿈이 기술을 활용하는 거죠.

    이 글이 소중한 인연의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역사적인 일을 해낼 겁니다.
    우리 모두 함께 참여해서….^^

    참고…
    저는 77년생 서울사람이고
    좀 독특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꿈을 일깨우는 일^^
    북세미나에 소개된 약력을 보니
    학교 동문이시더군요.
    아마도 김국현님이 선배님이 아니실지…
    제가 동문들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조금이라도 연을 만들어보고자 노력하는 겁니다.

    ieatalot@hanmail.net

    아직 블로그 없구요,
    공부하다 보니 아무래도 필요한 것 같아
    조만간 시작하려 합니다.
    만들어지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말 역사적인 만남이 될 것 같습니다^^

  8. 정말 사람이 무언지 알아갈 때 쯤 만 27살때 할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살아계셨다면 진짜 잘해드렸을 텐데…물론 생각만 그런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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