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라는 딜레마

정통부를 해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통부가 없는 대다수의 나라처럼 아마도 아무일도 없으리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가까운 일본도 이미 1997년부터 4차례 정도 情報通信省 설립을 고려해 왔으나 결국 두지 않았다.

산업 진흥의 관점에서 이 일을 본다면 사실 ‘IT라는 한 산업’에 특화된 관료기구를 두는 것이 일각의 주장대로 무의미함을 알 수 있다. 위피 따위의 시대착오적 진흥정책으로 산업 실태를 호도하는 것이 전부이거나, 일본처럼(심지어 정보통신성이 없어도!) 구글에 대항하는 검색엔진을 만들겠다는 등의 허황된 국수 시책을 들고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통부 폐지에 반대의 입장을 보인 기업 대부분은 시책의 수혜자들이거나 기득권 기업들이다.

나는 관료기구를 부정하지 않는다. 특히 IT에는 이들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그 것은 ‘이상계’가 펼쳐 놓을 여러가지 사태에 대해 사회적 시큐리티와 리스크의 밸런스를 취하는 일이다. 때로는 규제로 때로는 육성책으로 신호등이 되어야 한다. 정부 부처의 존재 그 자체가 중앙 집중 컨트롤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니까.  

문제는 어떻게 컨트롤을 하겠다는 것인지다.

부처별로 자기이익을 위해 움직임은 한번쯤이라도 정부와 일을 해 본 이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문화관광부에게 컨텐츠 산업을 맡기면, 설령 문화관광부에 혜안을 가지고 있는 관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문화관광부와 그 산하 단체에 관계를 둔 전통적 이익 계급의 목적 대로 정책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정보화(뭐라 말해야할까? IT혁명? 이상계? All IP化? Whatever)’가 지닌 혁명성은 기득권의 의도 대로 오도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정보화’는 모든 산업분야와 모든 경제분야, 그리고 소비자로서의 우리 생활에 앞으로 직격탄을 날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밸런스를 유지할 결단을 공평히 나눌 수 있을까? 지난 수년 방통 융합을 둘러싼 촌극을 지켜 본 우리로서는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구체적 변화를 관장할 총괄 부서의 존재는 앞으로 어느 시점에서 필요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체신부의 연장 조직이었던 정통부는 ‘소프트웨어’의 힘을 파악하고 정책적 혜안을 보이거나 이를 국가의 힘으로 바꾸는 일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음을 그 동안의 업무 성과가 해설해 주고 있는 바. 그 역할이 ‘정통부’라는 현재 모습은 아니라는 점은 설득력 있다.

그러나 정통부 폐지 의도가 그러한 공과에 대한 개선 의지가 아니라, 정보 산업 이전으로의 과거 회귀 혹은 이 달라진 세계에 대한 무관심의 발로라면 심히 걱정이 된다.

혹자는 정부는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한국과 같은 경제 환경에서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성장에 필수불가결할 뿐만 아니라, 공생을 위한 환경 형성에도 치명적으로 중요하다. 누군가는 그 일을 대신 해야 한다. 믿기 싫더라도 그것이 개발도상국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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