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대의 추억

지난 세월의 속도는 늘 빠르다. 언제 그렇게 지나가 버린걸까?

어제 KBS에서 IMF 때 자신을 포함한 언론들이 무엇을 말했는지 되돌아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직전까지는 김영삼 정부나 한보 등 부실기업의 PR내용을 앵무새처럼 읊다가, 위기가 닥치자 ‘무능한 정부’운운하며 그럴줄 알았다는 듯 배반적 태도를 보인 언론에 대해 대략 자책하는 내용이었는데, 기회주의적 저널리즘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럴 능력이 없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과연 우리가 그 당시 시점으로 돌아 갈 수 있으면 다른 상황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일본 영화 중에 버블로 고!! 타임머신은 드럼 방식 이라는 코미디가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으로 돌아 가 일본 경제 파탄의 기점이 된 정책적 결적을 되돌린다는 내용이다. 영화 자체는 아무리 봐도 그냥 코미디지만, 일본 버블, 그 정점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색다르다.

경제학적 분석은 Hindsight적인 측면이 늘 있기에 (버블은 터지고 나야 버블인 줄 안다는 명언이 있듯이), 타임머신이 있지 않는 이상 파국의 가속도 속에서 망해가는 나라의 중심을 되잡게 하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도 국가도 경제도 사회도,… 그 삶이란 스노우보드로 활강을 하는 일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정책적 실패는 상당기간 동안 일반 시민은 인지조차 못한 채 살아간다. IMF 시절의 나는, (당시 다니던 회사의 고객들 -대다수 금융권-이 하나같이 망해 나가, 회사가 위태로워져 월급대신 최저생계비 80만원을 받고 다니던 나는,) 거시적 측면에서의 경제학적 사색 따위 할 여유가 없었다. 아직도 내게 기억이 나는 것은 당시 종금사들이 단기로 돈을 빌려 장기로 돈놀이를 한다는 이해 불능의 촌극 정도다.

그러나 그 때, 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개개인의 삶의 지향과, 개개인의 판단과, 개개인의 꿈도 어떤 또 다른 레벨의 틀과 제도와 구조 상에서 마치 경사면의 구슬이 흐르듯 쏠리고 쏟아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어떤 사회와 시대 상에서는 이 것이 삶에 있어 모든 것을 좌우할 정도의 큰 문제라는 것을.

내가 평론가로 데뷔한 것은 바로 이 시대의 직후(99년1월)였다. IT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삶을 좌우할 이 도구와 세계에서, 그 구조가 올바로 기능하기를 바랬다. 내가 지난 나날, 온갖 컬럼에서 그렇게 구조의 문제에 탐닉했던 것은 바로 이 시대의 교훈 때문이다.

그렇지만 2007년. 여전히 나는 이상한 구조의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가끔 적지 않은 빈도로 그 도가 지나침을 느끼곤 한다.

Comments

“IMF 시대의 추억”의 1개의 생각

  1. 저같은 경우는..너무 어릴 때부터 구조의 문제에 집착하다가..
    현실의 detail을 잃어버린 케이스..라고 스스로 반성중입니다. ^_^;
    양자의 중용속에서 살아야 겠다..가 앞으로의 테마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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