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의 도

 

가끔 면접에서 괜한 질문을 해 본다.

"혹시… 영업을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영업직을 뽑는 자리가 아니니 대부분 부정적 반응이 돌아 온다. 이해가 간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으니까. 인생 그 자체가 영업이라는 무서운 진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영업이란 일종의 道이다.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게 제시하는 용기이고, 그만큼의 대가를 취하는 공평한 거래다. 미미한 가치라도 인정 받기 위해, 때로는 창조적이지만 때로는 무모하게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의 부조리, 그 자체의 축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태어난 이상 살아 남아야 한다는 사실의 증명이기도 하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나만의 길을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못하다.

예전에 알던 어떤 소녀가 카페의 종업원을 홀대했다. 입장을 바꾸면 기분 나쁠 수 있다고 말해 주니, "나는 저런 일 할 리 없어."라고 한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사실 영업 따위 할 리 없으리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위한 식량을 누군가가 벌어 온 것이고, 그 것이 옆 부서 김대리든, 아버지든, 언젠가 그 차례는 결국 우리에게 돌아 온다.

여러분의 가족이 추운 겨울 거리로 쫓겨 났다고 가정할 때, 우리가 하게 될 가장 원초적 행동이란 무얼까. 바로 영업이다. 내게 남은 일말의 가치와 존재를 파는 영업. 세일즈/마케팅으로 포장될 여유조차 없는 벌거 벗겨진 영업인 것이다.

살아 오면서 영업도 해 보고 영업될 무언가를 만들어 보기도 해봤다. 그리고 수많은 잠언도 들었다…

"남의 주머니의 몇 푼 내 주머니로 가져 오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아니?"

"영업은 100m 전방에서부터 고개를 숙이고 낮은 포복으로 찾아 와야 하는거야."

영업은 어떻게 보면 삶을 바꾸겠다는 결심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에 속해 있는 이들이라면 언젠가 해야 할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아니 영업이란 삶의 자세, 나아가 道라는 생각이 든다.

가치를 생각할 줄 아는, 그 가치를 증폭시킬 줄 아는, 그리고 그 것이 떳떳했기에 내 생존을 위한 대가를 요구해 본, 그 일말의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이 주는 참으로 묘한 기분이 남기는 도라는 생각을…

PS. 훌륭한 영업 사원을 찾아 보세요. 스승이 보일거에요.

Comments

“영업의 도”의 13개의 생각

  1. 도도하게 사실것 같던 분이 그런말을 하니 안 어울리네요…
    인생의 고배를 마신적이 있었었나???
    결국 엔지니어도 결국 자기 자신을 파는 거죠.
    자신을 회사에 팔고, 상사에게 팔고…
    자존심도 팔아야 할 때도 있고, 실력을 팔아야 할 때도 있고.
    웬만하면 자존심보다는 실력을 팔게 해 주는 회사가 좋은 것 같더군요.
    미국요? 미국은 영업이 어떻고 하는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능력만 좋다면야 대우도 좋은 것 같고. 요즘 기업들이 http://salesforce.com 이런 곳을 다들 이용해서 퍼포먼스랑 목표 설정들을 하는데 거기에 나오는 자료들 보면 각 사람들별로 모든 데이타가 적나라하게 나오죠. 그걸 또 회사 전체 미팅에서 다 보여 주면서 축하도 해 주고, 분발해야 겠다고 하기도 하고. 한때는 거기에 나오는 그래프가 회사 사무실에 걸린 스크린에 항상 떠 있고는 했죠.

  2. 공감합니다.
    재작년인가… 연말 회사에서 희망하는 부서를 적으라 했을때 영업팀으로 적은 기억이 있네요. 영업이라는 것을 알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에…
    비록, 지금은 혼자 떨어져 나와서 열심히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지만…

  3. 좋은 말씀이시군요. 동감합니다. 영업이 道라는 것은 아주 적절한 표현같습니다. ‘영업의 도’는 결국 ‘영업이 도’라는 것으로 전 생각합니다. 영업의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영업이 이미 ‘길’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4. 아주 잠깐이지만 영업과 매니징을 기웃거렸습니다.
    자존심을 버리는 것도 힘들었지만,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 까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곳을 떠난)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아침부터 좋은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5. 덕분에 저의 또 다른 고정관념에 대해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6. 몇년전 영업 이란것에 대해서 절실한 고민과 시도를 해본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십수년간 현대상사에서 영업을 하시는 부장님이 그러시더군요.
    영업은 creation 이라고..

  7.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업’을 ‘영’하게 하는게 영업이니…
    인생이 ‘업’인 만큼 맞는 말이기도 하겠습니다.

  8. “난 이 의견 반댈세”

    굳현군의 의도는 알겠으나, 영업하시는 분들이 글 자체의 의도와는 달리 엔지니어를 혹사시키기 위한 합리화의 수단이 될수 있는 생각이라 생각합니다. 영업의 마인드를 갖자는 것이지, 본연의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되겠지요. 당장 영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고 해서 디자인과 핵심적인 기능에 집중하지 못해 결국 단명하는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많았던가요.

    엔지니어가 아닌 분들도, 연구하고 공부하는 마인드를 가져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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