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OXML vs ODF의 논쟁에 대해 IT평론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의가 오고 있다.
먼저 이 글을 읽기 전에 본 블로그 우측 상단의 Disclaimer를 읽기 바란다.
더 자세히는 본인이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에 Platform Strategy Advisor로 고용되어 있고, 그 전에 7년여 세월을 IBM에서 Emerging Technology Architect로 고용되어 있었음을 다시금 밝힌다. 즉, 양사의 전략적 입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왔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그러나 나는 고용주로서 두 회사의 기술을 다 좋아하고, 이하의 의견은 이 두 회사의 입장과 무관한 사견이다.
반대 서명이 진행중인 듯 하지만, 잠깐 멈추어 생각해 보자. 그저 마이크로소프트가 싫어서, 서명하신 분들도 분명 있을 터이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가 알아둘 점이 하나가 있다. 그 것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전략 집행, 그리고 그 직간접적 영향이 만들어내는 IT 트렌드는 그러한 우리의 순수한 신념과는 무관하게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IT 업계의 전략에는 보이지 않는 룰이 있었다. 이 것은 넷스케이프의 패망 이래 일종의 도그마가 된 것으로, 심지어 구글조차 이 룰을 지키고 있다.
그것은, 1등과 1대1로 싸우지 않는 것. 1대1로 싸우는 것은 위험하지만, 1 대 다라면 해 볼 만 하다. 그리고 그 다(多)가 신념이나 주의라면 게임은 더욱 재미있어진다.
- Sun이 Java 진영을 구축한 이유다.
- IBM이 OS를 리눅스로 바꾸고, 또 Eclipse 운동을 시작한 이유다.
내가 IBM에 입사할 당시만해도 OS/2로 된 업무가 존재했다. 그리고 사내에서는 PPT대신 Freelance를, XLS대신 Lotus 1-2-3를, DOC대신 WordPro를 썼다. 그렇지만,… 수년 뒤 전부 멸종되고 만다. 내부에서도 안쓰니 당황스러운 일이다. 이 무렵 IBM은 클라이언트에서의 패권을 되찾는 비법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전략은 역시 서버에서처럼 클라이언트에서도 진영을 구축하는 길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방편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된다.
그 것은 오픈된 표준 포맷을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ODF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일개 기업은 절대로 오픈이라는 신념과 포맷이라는 추상물과 싸울 수 없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OOXML로 화답한다.
ODF vs OOXML의 전쟁은 이렇듯 위와 같은 헤게모니 전쟁의 한 전장에 불과한 것이다. 재미 있는 일은 IBM에서 ODF의 입안을 촉구한 인물은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의 수뇌부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ODF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다.
- ODF의 의도가 반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의 규합이었으며,
- 무엇보다도 ODF로는 Word, Excel, Powerpoint를 오롯이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은 당연 OOXML을 지지할 것이고, IBM/Google/Sun 직원은 당연 ODF를 지지할 것이다. 당연하다. 전쟁도 경쟁도 일종의 축구이기 때문이다. 이번 문서 포맷의 게임은, 마이크로소프트 vs 올스타팀으로 분위기가 몰려가고 있지만, 사실 OOXML 진영은 마이크로소프트 뿐이 아니다. Apple과 HP. 서포터들은 다 나름의 신념과 명분이 있고, 그 선택은 자유이고, 선택하지 않음 역시 선택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시점에서 알아 두어야 할 것은,
- 축구는 계속되어야 하고,
- 하향평준화가 단일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될 이유가 없다.
라는 점일 것이다. 축구가 부전승으로 끝나고, 하향평준화로 리셋된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된 세계를 기뻐할 이들은 결국 누구일까?
자신의 이름 적는 일 하나에도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노파심에서, 마지막으로 하나. 이상은 그저 하나의 경쟁이 일어나는 전장일 뿐이다. 결코 대단한 불화나 패권전쟁은 아니다. XBox는 IBM의 칩을 쓰고 있고, IBM에는 닷넷을 전문으로 하는 부서가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가 기술 선택에서 주의해야할 것은 종교적 교조주의다. 즐거운 축구는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