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ngelist 이야기

Evangelist. 이벤절리스트.

이 바닥(=IT)에 있다 보면 이야기 많이 듣는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단어의 뜻은 "전도사"인데요, 혼자 품고 있기에는 참을 수 없는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려 동분서주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물론 이 바닥에서 쓰이는 경우는 그 "복음"이 바뀝니다.  ⓐ 어떤 제품/기술에 완전 탐닉하여 누군가에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일반인. ⓑ 집단/기업에 고용되어 그 제품/기술의 홍보 활동을 하는 전문인. 으로 나뉩니다.

그 중에서도 ⓑ가 요즈음 많이 눈에 띌 텐데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썬/어도비/IBM 등이 전세계적으로 이벤절리스트를 고용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독립부서까지 존재합니다. 국내에도 Daum 등의 명함에서 보이곤 합니다.

사실 기술 홍보, 즉 테크놀로지 마케팅이라는 뜻이라면 굳이 Evangelism이라고 표현할 필요까진 없을 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사실 우리네 문화권에서 "전도"라는 단어에 들어 있는 함축은 그렇게 밝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Evangelism을 전도사업이라고 번역하여 명함에 게재한 시절이 있었는데, 늘 "전도"라는 단어로 이야기꽃이 핍니다. 전도하면 일단 지하철이 떠오르시는 분들이 참 많지요. "전도하러 왔습니다."라고 노크하면 문 열어주실 분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 Evangelism이 IT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물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많은 식자들은 Cult, Chasm, Mindshare 등 다양한 용어를 써가며, 일반 시장의 제품 마케팅과 IT가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플랫폼이니, lock-in이니, IT는 분명 다르긴 다릅니다.

굳이 여기에 제가 하나 더 덧붙여 본다면,…

Evangelism이 전하려는 것은 홍보가 아니라, 결국 복음, 즉 기쁜 소식입니다.

무엇이 기쁠까요?

기술에 탐닉해 본 이들은 어느 특정 기술에 빠져드는 순간, 혹은 그 기술이 지닌 파괴적 가능성을 목격한 순간 일종의 high를 느끼게 됩니다. 이를 느끼는 것은 일종의 감수성입니다. Evangelist들에 가장 필요한 소양이 있다면 그 것은 감수성일겁니다. 놀랍게도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Evangelist들은 어떤 기술에서도 그 가치를 발견하는 감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믿는 이들은 외골수일 것이다. 혹은 말이 안 통할 것이다."라는 상식에 반하지요. Technology Evangelist들은 누구보다 먼저 그 high를 느끼고, 이 기쁜 소식을 참을 수 없는 이들일 뿐입니다.

세상을 바꿀 기술의 가능성을 그려 보고, 이를 모두와 나누는 일. 이 것이 이 바닥에서 이벤절리스트들이 하는 일입니다.

간혹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도 계십니다.  "맹목적으로 특정 기술을 파는 장사치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기술자라면 긴 커리어의 어느 순간 특정 기술에 꽂히는 일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기만은 양비론과 종교적 교조주의입니다. 좋아함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벤절리스트도 그렇고 우리 모두도 그렇고.

모든 기술에는 자신의 시대가 있답니다.

눈을 뜨고 다른 기술을 보세요. 그리고 그 기술을 하는 사람들을 보세요. 기쁜 소식은 어디나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벤절리스트들은 기술을 조금 먼저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기술을 좋아할 용기를 낸 이들입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의 식견을, 그들의 양식을, 그리고 그들의 혜안을. 그리고 가끔은 그 사람들의 영향으로 기술을 고르곤 하는 것입니다.

기원전 홍해도 아닌 이 시대에 이벤절리스트라는 직종이 존재하는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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