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힘

 

“개개인이 더 강해지는 사회”라 말하는 내게, K회장은

“예측 가능한 사회”라는 화두를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지금 혼미하다면, 그것은 시민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기획할 수 없기 때문이고,

우리 사회가 지금 혼탁하다면, 그것은 그렇게 기획될 수 없는 미래 앞에서 젊은이들이 좌절하기 때문이다. (그는 굳이 알기쉬운 부동산의 예를 들었다.)

그는 미래를 보여주고 사회를 이끄는 힘이 두가지가 있다면 그 것은 정치적 통제력, 혹은 이성의 힘이라 했다. 정치적 통제력이 망가진 시대라면 이성의 힘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 이성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이성의 힘을 따르겠다는 의지가 있을까?

그의 시대에는 장준하의 사상계가 있었다면, 우리 시대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의 북극성은 어디일까? 우리의 좌표는 어디일까? 가슴을 뜨겁게 하던 사설과 논설 대신 우리의 어텐션을 가져간 것은 말초적 실시간 검색어와 잔혹한 댓글의 군중 심리.

10여년전 시바 료타로가 서거했을 때, “그가 없는 일본은 이제 어디로 가나?”라고 하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호들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기 보다 오히려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음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이유가 있다면 우리에게 믿고 따를 이성의 힘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모른 척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개인의 힘이 더 강해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가?

오히려 수많은 제약과 한계 속에서 몸부림쳤지만, 목적이 있었고, 비전이 있었고, 로드맵이 있었던 시절에 많은 기성세대가 보이고 있는 귀소본능에 조금은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빛을 보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의심하며 내일을 설계하고 희망하는 것이 삶이라면

암흑속에서 모두 함께 떠들고 내일이 무엇인지 묻지 않은 채 몰려다니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이 이상계였단 말인가?

 

그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확신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사회를 이끌어 갈 세대에게 그러한 ‘이성의 힘’이 되고픈 의지도, 그 힘을 믿고픈 열정도, 그 힘에 질문할 여유마저 없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개운치 못한 자괴감만은 강하게 남아 있다.

Comments

“이성의 힘”의 2개의 생각

  1. 그건 K회장님이 꿈꾸었던 여전히 ‘이성의 힘’이 지배하는 미래세계와 ‘지식의 공유를 강조하면서 그것을 이루는 기술을 찬미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의 미래세계’가 서로 다른데서 오는 과도기적 현상이 아닐까요 ?

    우리사회는 지금 너무 많은 세계가 한꺼번에 공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날의 젊은이 들의 우상은 누구일까요 ? 철학자도 정치가도 아닌 가장 아름다운 부의 공식을 만들어낸 빌게이츠 회장이 되지 않을런지…

    지식공유의 정신은 젊은이들에게 화려한 gadget를 갖출 것을 요청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메다 모이치의 ‘웹진화론’에 나오는 ‘장기의 명인 하부 요시하루의 고속도로론’과 의미를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고매한 국현님의 어법에 맞추어 쓸려니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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