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

이 땅이 어디인가? 동방예의지국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한국인처럼 호칭에 민감한 민족은 아마도 없는 듯싶다. 만약 여러분의 직장 상사의 성이 홍이요, 이름이 길동이라면 지금 벌떡 일어나서 그 분 앞에 가 이름을 불러 보자.

“길동씨”

아, 분위기 얼어 붙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이름은 너무했나? 성을 불러 보자.

“홍씨”

살기가 느껴져 급히 고쳐 부른다.

“홍님”

점입가경이다.

<홍실장님>쯤 되어야 무언가 표정이 온화해진다. 이상한 민족이다. 실장으로도 모자라 ‘님’까지 꼭 붙여야 한다.

“홍실장”

사직서를 손에 들고 있어도 감히 못 부를 호칭이다.

서구권에서는 CEO도 그냥 이름 부른다. Bill, Sam, Scott…
옆 나라도 무라카미 상, 왕셴셩, …… 한 예의 하는 일본도 호칭에 님까지 붙이지는 않는다. 하나만 고른다. 그냥 무라카미 과장 또는 무라카미 상이다. 게다가 외부인에게 우리쪽을 소개할 때는 존칭도 없다.
“무라카미는 지금 자리 비웠습니다”
중국은 이미 경어가 사라졌기에, 호칭도 매우 캐주얼하다. 그냥 이름 석자 불린다고 열 받으면 세계인이 아니다.

모두들, 호칭 속에 존경이 담겼다고 착각을 하는 모양이다. 이는 격식은 곧 본질이라 믿는 반상(班常) 시대의 인습은 아닐까? 존경과 존중은 눈빛에서, 마음에서 나오는 것임을 그것이 세계적 현상임을 잠깐 돌아 보았으면 한다.

언론사는 부장 뒤에 님을 붙이지 않는다. 이미 부장이 존칭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신입 기자는 늘 당황한다.
“홍부장…mm…, 저기… 기사 다 못 썼는데요…”

나는 일체의 호칭(장,씨,님,아,…) 없이 그냥 ‘굿현’ 또는 ‘굳현’으로 불러주면 좋겠다.
내가 높은 사람이 행여 되더라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 그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르고 싶다. 그들의 붉어지는 얼굴을 보지 않고도.
왜 이름을 지어놓고 부르지 않는걸까…

모두 다, 자신의 이름에 자신의 존재에 자신감을 가지자.

Comments

“호칭”의 6개의 생각

  1. 그래도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 외국이 모두 낮춰부른다고 우리도 그래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높여부르는게 어떨까합니다. 직급을 떼고 이름에만 “~님” 으로요. 실제로 많은 닷컴기업들이 이런식으로 호칭을 붙이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모두 낮추는거보다는 모두 높이는게 좋잖아요?

  2. 호칭도 문제지만.
    여긴 직급과는 상관 없이 맞먹고 놀더군요.
    CEO랑 말단 직원 누가 누군지 구별 안됩니다.
    여기 인사라 해봐야, 어떻게 지내냐? 무슨일 있냐? 정도 밖에 없으니…

  3. 아시겠지만, 어떤 닷컴 기업들은 닉네임(또는 영문이름)을 지어서 부르곤 하지요. alice, max, john 등.. 마찬가지로 이 또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더군요.

  4. 울 나라에서는 포닥한테 박사라고 부른다네… 그래서 교수를 박사라고 부르면 안된다는군. 포닥과 구분이 안되기땜시. 그런데 왜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할 거 없이 다 교수인지는… 낮추면 안되고 높이면 된다는 건가…

  5. ..님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칭을 부르게 되면 일에 있어서는 책임감도 함께 실어주는 기분이에요. 그런면에서 호칭이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 다만 일괄적으로 붙여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좀 자유로와 지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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