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다마금

아흔이 넘으신 할머니.

얼마전 마지막 남은 아들을 잃으신 후, 부쩍 먼 산만 보고 계신다.

할머니 옆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려 애쓰지만, 내가 무슨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늘 내가 무언가 배우고 만다. 오늘도 열 몇가지 밥맛이 난다는 밥솥 CF를 보시고, 예전 이야기를 하신다.

‘곡양도’라는 쌀은 참 맛이 없었다. ‘다마금’ ‘조신력’ 이런건 맛이 있었다. 다마금이 제일 맛있다. ‘은방조’ ‘흰베쌀’ 이런거까지 한 댓 종을 심어서 키웠던것 같다. …

어렸을 때.
내가 조금 더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늘 신기한 과거로의 초대였다. 구한말, 일제시대, 한국전쟁…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를 듣던 풍경들만 기억이 날 뿐,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소중한 구전의 역사들… 게으르고 소홀한 손자손녀들 덕에 그 소중한 지혜의 샘은 말라만 가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손자손녀의 전화 한통에 하루 종일 신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결국 배우고 느끼며 성장하는 것은 우리들일진데, 옆에 앉아 이야기 하기, 아니 전화 한통하기는 왜 그렇게 힘이 들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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