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hip

어제 親友 P군이 사표를 냈다.

갑종근로소득세를 내 본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마음속에 써봤을, 어쩌면 한번쯤은 진짜로 던져봤을 바로 그 물건.

사표 [辭表]

여기서 잠깐.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한 개인이 “관둬야겠다” 라 결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결국 결단의 순간은 “관두지 않아야 할 의미를 못찾을 때”라 여겨지는데, 여기서 말하는 의미란 실은 매우 단순하다.

바로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

매슬로우(Maslow)는 일찌기 욕구 5단계설이라는걸 말했다. 응축해 말하자면 생리적, 안전과 같은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사회적 소속감, 자긍심 같은 걸 찾게 되고, 이 단계마저 사회와 개인이 훑어 올라가면 가장 고차원적이라는 “자아실현”의 레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소속감을 위해 조직에 속하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조직 속에서 자아를 충족하기를 원하게 되는데 이 때 이를 찾지 못한다면 당황하는 것이다.

매슬로우는 자기 실현의 욕구란 다른 욕구와 달리 한계점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 것은 매우 응집된 형태에 대한 추구로 표현되는 바, 그것이 바로 “롤 모델(Role Model)”이다.

“아,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 그래, 이 매트릭스 속에서 그는 저런 식으로 자아를 실현해 가는구나. 멋져.”

롤 모델이란 자아 실현의 일종의 매뉴얼인 셈이다.

조직으로서의 회사를 볼 때, 롤 모델의 형성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바를 하나 고르라면 그것은 아마도 상사(上司)일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회사를 위해 헌신적이 되게 만드는 것 역시 상사다. 회사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를 원하고, 그러한 역할을 해 주기를 가장 먼저 기대하게 되는 것이 바로 공식적인 선배, 상사이기 때문이다. 만약 배울 것이 전혀 없다, 혹은 더 심하게 말하자면, 여기서 더 시간을 보내다가는 저런 사람으로 끝나고 말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그 부하들은 이제 “일신상의 사유로 인해…”를 수도 없이 마음속에 휘갈기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카리스마일 수도 있고, 또 정이나 의리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것은 물질적인 혜택이나 조건일 수도 있다. 부하를 자기 곁에 머물게 할 무언가. 그러한 씨앗이 있을 때 비로소 리더십은 싹을 틔울 것이니, 리더란 그렇게 힘든 것이다.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必有我師)라 했건만, 수십, 수백, 수천명이 함께 같은 길을 가는데 사(師)를 찾기 힘들다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표랑 결국 이 슬픔의 표현아니겠는가.

그런데 잠깐 롤모델을 상사에 국한시킬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바로 옆의 동료에서 자아 실현의 또 다른 전형을 찾게 될지도 모르는 바, 그 동안 스쳐 지나왔던 이들의 얼굴을 한번씩 훑어 보고, 그래도 실현될 자아의 본보기 비슷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정말 보이지 않는다면.

인생, 낭비할 필요 없다.
인생은 전자오락과 야구와 달라
쓰리아웃이 아니기 때문에.

PS. 현실을 박찰 용기를 찾은 P군에게 건투의 한잔을 올린다.
그런데 이 사표란 요물, 품고 있다가 내미는 바로 그 순간, 사표에 담겼던 온갖 상념과 낭만을 밀어 내고, 차가운 현실을 열어 줌을,
사표를 손에 들고 있는 모든 이들,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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