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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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을 분실했다.

내게 소중한 모든 것이 필사적으로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려는 음모가 없고서는 이럴 수는 없다.

일종의 고학생 출신인 내가 주제 넘게 $200을 호가하는 필기구를 휴대하고 다닌 것이 잘못이라 책망하고 싶지만,
그것을 선물로 준 사람은 내가 무슨 일로 돈을 벌든 나를 글쓰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어쩌면 내게 “작가”의 상징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휴대하길 수개월 이제야 나도 “문필가”의 심볼에 남모를 애착이 생기기 시작했건만.

최근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진 에세이 “쓸모 없는 풍경”에는 하루키가 그리스의 한 섬에서 인생의 유유함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곳에서 그 동안 쓴 원고와 몽블랑을 바다로 내 던지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그 직후에 태어난 작품이 “노르웨이의 숲(방제: 상실의 시대)”이다.

나도 언젠가 몽블랑을 저 바다로 던지기를 원했지만.

그러나, 몽블랑은 나도 모르게 내 곁을 떠났다.

….

슬퍼진다. 아무리 아끼고 좋아하던 모든 것들도.
잃어 버리는 그 순간은 나의 무관심만 기억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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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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