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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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냐세요, 꾸벅. 방가워여~”

아마 나는 나의 컬럼에 이러한 어투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한국어의 순수성에 유난히 집착해서도 아니고 통신어에 혐오감을 느껴서도 아니다. 단지 컬럼이란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팅룸에서 혹은 MSN 등에서는 아마도 위의 어투를 큰 부담없이 활용할 지도 모른다.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꺼리낌없이.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채팅이나 게시판의 리듬감있는 전개는 네티즌들에게 글이 아니다. 통신어를 도저히 못참는 이들의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들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채팅을 “글을 쓰는 일”이라 착각하고 있다. 네티즌에게 통신상의 글은 생활의 logging조차 되지 못한다. 그냥 흘려 보내는 지껄임(發話)일 뿐이다. 말해 버리듯 끄적여 버리는 캐주얼(casual)한 행위인 것이다. 그들에게 인터넷에서의 타이핑은 말을 하는 것이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투리를 챙피해 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통신어도 결국은 이 시대의 사투리일 뿐이다. 지방 사투리를 열등한 것이라 금하거나 부끄럽다 생각하는 일은 잘못된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투리에는 그 지방의 문화와 역사의 소산이지 돌연변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투리를 말하는 사람이라도 글을 쓸 때 사투리로 적는 이는 별로 없다. 국어책에 “안냐세여”가 실릴 것이라는 유치한 개그는 이 점만 기억하더라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철저한 교양인일지라도 말과 글의 완전한 일치가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의 말에는 글에는 나타나지 않는 비속어가 섞여 있고, 글로 표현되지 않는 용례로 점철되어 있다. 언문일치란 환상일 뿐이다.

인터넷이란 고장에 사투리 좀 쓰여진다 무엇이 어떻다는 말인가. 인터넷의 사투리 역시 우리가 겪은 통신 문화와 역사의 소산일 뿐인 것을.

나는 DC語를 포함한 근현대 통신어 정도 얼마든 유창히 구사할 줄 안다. 그러나 나의 “글”에는 이들 사투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 정도 감각은 표준어와 표기법은 높으신 어른들로부터 내려온다는 용비어천가식 통치적 지배논리에 세뇌되어있지 않더라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이 통신어를 쓰는 순간이란 그들이 그저 대화를 하고 있나 보다 바라보면 그만이다. 여유를 갖고, 그러려니. 나와 다른 이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인정해 가는 과정이 바로 “선진” 아니겠는가. 때로는 타인의 말이 낯설고 어설피 들릴 수도 있다. 그들의 글까지 그러려니 단정한다면 그 생각이야 말로 그저 먹물일 뿐이다.

Comments

“사투리”의 2개의 생각

  1. 국문학을 공부하던 미국사람이.. 공부하면서 가장 이해가 안되었던 점에 대해서 얘기해준 적 있다.

    영어사전은 영어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한 사전인데, 국어사전은 국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사전이라고.. 공부에 전혀 도움이 안된단다.

    통신언어가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게 사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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