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현의 논점] 한국 고유의 문화 SI – “내 일은 내가 하지 않는다”

SI라는 관행이랄까 업태는 한국에만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다들 믿지 않는다. 
아, 일본에도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종류의 ‘조직적 하도급’은 대기업 위주의 고도 성장을 거친 나라에서 관찰되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그룹 계열에 의해 치밀하게 체계화가 되고 또 다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시장으로는 독보적이다. 
국가 정책의 연장선에서 형성된 기업 집단에서
지배 구조 강화(예: holding company)와 고용 효율화(예: 외주업체계약에 의한 실질적 고용 유연화 효과)를 위해 적응하며 발생한 구조, 
이것이 한국 고유의 문화 SI의 실체다. 
국민 모두 갑과 을이 같은 로고를 공유하는 일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은 따라서 극히 현대적인 일이다. 

경영과 시장으로부터 발생한 모든 변화 요청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모으고 모아 ‘차세대’로 포장한 채 타인에게 던지는 구조도 바로 이 SI에서 태동한다. 일단 받아주는 이가 있어야 이런 일도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이 덩어리를 받은 다음부터다.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보면 그 안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같은 일들이 가득하다. 투입된 여러분은 생면부지 누군가의 꿈을 대신 구현해 줘야 한다. 어째 흥이 잘 나지 않는다. 

‘차세대’라는 개념 또한 한국적이다. 물론 외국에도 ‘빅뱅’이라는 말은 있지만, 우리와는 정도와 규모가 달라서 재개발이 아닌, ‘시스템의 치환’ 정도를 의미할 뿐이다. 수백억, 수천억, 1조 단위의 대공사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조금씩 손을 본다. 왜 그렇게 할까, 그 정도가 직접 스스로의 손을 더럽혀 가며 작업을 할 수 있는 한계이기 때문이다. 이는 예외가 없어 공공도 금융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도 직접 손을 더럽힌다. 

The project was mostly staffed with Public Safety employees from IT development, infrastructure, database, networking and project management. When the project was initiated, approximately six to eight team members would meet weekly to discuss various technical issues and the high level architecture. Initially, each team member spent approximately four to eight hours a week working on the project. We also hired a full-time contractor to assist in designing the technical architecture of the solution.

이 케이스 스터디는 메인프레임을 탈출(exodus)하게 된 어떤 미국 정부 기관의 전형적인 스토리다. 이 파란만장한 무용담은 수많은 교훈을 담고 있지만, 이 스토리의 본질은 한 줄로 요약된다. 

“내 일은 내가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90년대까지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는 문화가 어느 정도는 있었다. 
“3년 수행하지 않으면 콘솔에 앉히지 않는다”는 전산실의 문화가 각 기업에는 숨쉬고 있었다. 그렇게 후배를 뽑아 키웠고 조직은 성장했다. 그러나 세상이 복잡해진 탓인지 아니면 성장이 멈춰 더 이상 후배를 뽑을 수 없어서인지 이들은 손을 놓는다. 콘솔을 대신 맡아 줄 자회사가 등장했고 말도 잘 들으니 뭐 괜찮았다. 자회사는 다시 뒤로 돌아 똑같은 행동을 하면 되었다. 몸짓으로 맞춰야 하는 제스쳐 게임처럼 갑->을->병->정의 게임은 계속되었고 엉터리 답이 늘 돌아 왔지만 뭐 괜찮았다. 그만큼 ‘사장님’도 많이 생기고 ‘마진’도 많이 생겼으니, 업계는 활성화된 듯 보였다. 정부도 나서서 옳거니 하며 10만대군을 양성해주겠다 했다. 

그리고 눈 떠 보니 기업의 중심에 앉아 있던 ‘프로그래밍’은 하도급 최말단으로 자리잡게 되고, 결과적으로 기업도 개인도 불행한 세상이 찾아 온다. 대신 ‘갑 질’에 맛을 들인 기득권과 마진의 짭잘함에 취해 ‘보도방’으로 진화한 중간자들에 속아,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해 놓은 것은 그 옛날과 별 변화 없는 업무에 화면만 바뀐 것들. 외과수술이 아닌 성형수술이었다. 

그나마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대개 그렇지 않다. 성공이라며 조용히 덮기도 하지만 성공이 아니라는 것은 본인들도 안다. 

금융권 CIO들은 지난 1기 차세대의 경험으로 더 이상 빅뱅 방식은 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주주에게 갔을 수 있었던 배당금, 복지를 위해 쓰일 수도 있었던 세금은 공중으로 흩어진다. 위의 오하이오 당국의 내부 IT팀이 절실함 속에서 원하는 결과만을 얻어낸 것과는 천양지차다. 

외국에는 그렇다면 무엇이 있을까? SI는 없지만 IT Services와 Outsourcing/Offshoring이 있다. 한국식 SI와의 차이는 내부 직원이 주가 되어 “정확한 태스크에 대해 직접 고용(구매)”한다는 점에 있다. 모호한 결과물을 장기에 걸쳐 다단계 하도급이 만드는 일과는 사뭇 다른 셈이다. 

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내 일을 내가 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는가? 앞으로 여러분께 들려줄 이야기는 이 소박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상당수 IT계열사 매출은 주력계열사들에 90% 이상 의존했다. 그나마 IBK시스템과 하나INS 정도가 대외사업을 일부 수행하는 정도다.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의 해체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일부 금융그룹의 IT계열사들이 뒤를 이어 해체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에 위탁 운영하고 있던 전산시스템 업무를 농협은행이 직접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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