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칙연산의 삶

삶에는 흥정이 불가능한 진리가 하나 있는데,
그 것은 삶의 장부가 0에서 시작해서 0에서 끝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0과 0 사이에는 수많은 셈이 있게 됩니다.

덧셈의 삶.
하나 하나 차곡차곡 가치를 쌓아 가는 일. 공부를 하고 언젠가 직장을 가지고 가정을 꾸려 조금씩 성장해 나아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답던가요.
뺄셈의 삶도 마찬가지로 소중합니다.
내가 가진 가치를 내려 놓는 일은 또 얼마나 숭고합니까. 돈을 벌 수 없었던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이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빼서 주려 하던 마음이 이런 겁니다.
곱셈의 삶도 있습니다.
순간적인 용기가 순식간에 곱절이 되고 세제곱이 됩니다. 사업을 한다거나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아마 이런 일일 것입니다. 가끔 마이너스를 곱하거나 마이너스에 곱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이도 있겠지만요.
나눗셈의 삶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넉넉히 남는 무언가가 정말 올바르게 나누어질 수 있도록 애쓰고 싶을 때가 옵니다. 정책을 이야기한다거나 정치에 관심이 간다거나 사회개혁을 꿈꾸는 일 모두 이에 대한 동경입니다.

 

삶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은 이 네가지가 뒤엉켜야 풀리곤 합니다. 삶에 정답이야 없다 해도 더해야 될 때 곱하고, 곱해야 할 때 나누려 하면 적어도 확실히 엉망은 됩니다.

가끔 곱셈을 하여 사회를 풍성하게 해야 할 인물이 끊임 없이 덧셈만 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어차피 끝은 0인데 뺄셈도 잘 안 하시니 피곤하기만 하겠지요. 그리고 대신 하나하나 덧셈을 배워 가도록 돌봐야 할 단계에 있는 이들을 곱셈을 해보라며 부추기도 합니다. 1(인분)도 못되고 겨우 0.3 쯤 되었는데 무엇을 곱한들 어찌되나요. 또 요즈음은 너도 나도 나눗셈을 하고 싶어 하시는데, 사회가 그리 넉넉하지 않으니, 뜻대로 되지 않고 모두 힘들 뿐입니다. 저도 나눗셈의 가치를 동경해 마지 않지만, 지금 당장 우리 사회에 여전히 필요한 것은 정직한 곱셈이라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일을 꾀하고 있습니다. 곱셈은 넓은 의미의 entrepreneurship이니까요. 

 

우리의 삶은 비록 0으로 끝나지만,
우리가 살아 가면서 시도한 하나하나의 셈 들, 그리고 그 값은 계속 사회에 남습니다.
그 계산의 흔적이, 그 연습장이 바로 인생입니다.
가끔 나는 지금 어떤 셈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 보면 정답은 알 수 없더라도
내가 지금 어디를 틀리고 있는지는
의외로 잘 보이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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