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김국현 컬럼] 플랫폼과 케어, 21세기의 마지막 두가지 일자리

김국현 goodhyun's 분류없음 on 2015/06/03 14:43

어제도 PD 수첩에 청년 실업의 묘사가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서글픈 게, 수능 시험 때 가르쳤던 일부 학생들이 다시 보이는 거예요. 결국 좌절하는 과정을 거쳐서 공무원 시장에 훨씬 더 생기를 잃은 채로 애들이 남아있는 거 보니까 슬프더라구요"


어른들이 확실하게 이야기를 안해주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제는 
조직이라는 거대한 기계에 
부품으로 묻어 가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 시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조직으로 만들어서 벌이던 일이, 
크고 작은 플랫폼들에 의해 대체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된 기존 조직에 일단 부품으로 고정되면, 크게 하자가 있지 않은 이상 교체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부품이란 고장나지 않는 이상 건드리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쉬운대로 임금피크제 등등 현 질서를 유지하는 작은 개혁으로 버티며 모두가 은퇴할 때까지 서서히 퇴화하는 길을 어른들은 걷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청년 '취업'이 문제인 것은, 이 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조직에 들어 가는 일이 목적이 되어 버린 우울함에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들어 가서 꿀보직을 만나 20세기적 성장을 하는 일도 확률 제로는 아닙니다만, 
수축하는 바늘 구멍을 향해 모든 청년이 함께 행군하고 있으니 될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흥 플랫폼에 속하면 좋겠지만,
플랫폼의 대전제는 정보화와 세계화입니다. 플랫폼에서도 수뇌부가 되어야 하는데 아마도 여러분의 일자리는 많지 않을 것이에요. (정부는 스타트업을 많이 만들려 합니다만, 플랫폼이 되는 스타트업은 정말 극소수이니까요)

이 플랫폼의 말단에 임시 고용되며 미처 자동화되지 못한 부분을 담당하는 일자리는 좋게 말하면 자유롭게, 실제로는 점점 더 찰나적으로 변하게 된다. 고용계약은 시간단위로 바뀌고 고용보험 등 전통적인 사회 계약도 시나브로 취약해진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일이 플랫폼에 대체되어 갈수록 오히려 빛나는 일자리가 있다. 그것은 삭막한 기계에 의해 소외되어 갈수록 그리워지는 사람의 손길, 즉 케어(care)다.


자, 이제 남은 길은 무엇일까요? 
수험서를 덮고 내가 한 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마워할 이들을 한 명이라도 찾는 길을 떠나는 것이겠지요.  
그 케어(care)의 길 위에 아마도 미래의 직업이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걷던 어느날 나의 업을 바꿀, 플랫폼의 꿈을 보게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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