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아: 김국현 컬럼] 지금 여러분의 그 프로젝트는 아마도 실패합니다.

goodhyun's 분류없음 on 2014/08/04 09:00


여러분이 만약 다른 이를 위해 프로그램을 짜주고 있다면, 그 프로젝트는 아마도 대개 실패할 것이다. 이런 불경스러운 발언이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다면, 실패하는 것은 그 프로젝트만이 아니라는 점 덕일 것이다. 특히나 차세대라는 간판 하에 대규모 자본이 투하되어 대규모 인원이 외주로 고용되는 장기간 프로젝트는 거의 실패해 왔고 실패하고 있으며 실패할 것이다.

프로젝트 기간이 끝나고 CIO가 업계지에 어찌어찌 나와 인터뷰를 할지도 모른다. 경영 전략에 핵심적인 시스템이 드디어 완공되었다고. 그러나 들어간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지는 명쾌하지 않고, 앞으로 들어가게 될 진짜 비용에 대해서는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임이 그 어색한 미소에 드러난다. 그 프로젝트는 허황된 일이었음을 본인도 듣는 이도 모두 알고 있지만, 그저 모두 함께 침묵할 뿐이다.

이 프로젝트의 주역들은 프로젝트 완료 도장만 찍히면 원대 복귀할 희망에 부풀어 있는 을, 이 성과를 발판 삼아 더 높은 연봉과 직위로 점프하기를 희망하는 갑. 또는 애초에 이 프로젝트의 목적 따위 별 관심이 없는 일용직들. 모두 굳이 나서서 이견을 제시할 이유가 없다. 프로젝트 덕에 그 회사의 비용은 천천히 늘어날 것이며, 대응능력은 어느 날 툭 떨어져 버리고 경쟁력은 가랑비 옷 젖듯이 서서히 저하되어 있을 것이다. 모두들 그 전에 자신은 그 곳을 떠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주와 오너와 그 기업의 소비자만 모를 뿐이다.

그런데 그나마 이런 인터뷰라도 하려면 프로그램이 돌아는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업체들의 거하게 망한 이야기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풍문을 넘어 기사화마저 되어 돌기 시작한다. 특히나 유행을 좇아 멀쩡한 시스템을 들러 엎기 시작한 이들이 그 비용과 복잡성의 부메랑을 얻어맞은 이야기가 극적이고 흥미롭다.

수천억을 말아 먹는 일은 있어도 혁신적인 모험은 차세대 기간 동안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차세대의 단골 무대라 할 수 있는 금융권에서 미래를 위해 걱정해야 할 것은 주전산기 안의 코볼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클라우드에 촉발된 알리페이나 비트코인 등 미래의 금융 모델, 그러니까 차세대 프로젝트 시작시점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들일 것이다. 이처럼 혁신이란 IT든 아니든 모든 기획된 차세대프로젝트에서 벌어질 수 없는 종류의 일이기 때문이다.

차세대라는 말을 자신 있게 붙이는 순간, 그 프로젝트란 지난하고 지루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해 누구도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개선 작업으로 약속되었음을 의미한다. 허나 다음 세대란 이렇게 안정과 예측이 전제가 된 조율된 상황 하에서 찾아오지는 않는다. 소위 차세대 프로젝트가 성공해도 결국은 실패가 되는 딜레마는 바로 이 때문이다.

포장은 했으나 속으로 곪은 이들 프로젝트들은 결국 조직을 병들게 하고, 병든 그 기업은 시장에 의해 또 다른 도전자에게 대체된다. 이 도전자들은 정말 다음 세대를 읽을 수 있었기에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니, 누군가의 실패란 거시적으로 볼 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 생각되기도 한다.

“생산적인 프로젝트와 팀을 이뤄내는 법”컴퓨터 분야에서 『피플웨어』만큼이나 소프트웨어 관리에 심오한 영향을 준 책도 드물다. 1987년 처음 출간된 이래로 지금까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는 이 책의 독특한 통찰력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주요 쟁점이 기술이 아닌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면 성공...
피플웨어 [blog.yes24.com]

 

생각해 보면 근래 성장한 기업들은 모두 하나 같이 소프트웨어의 힘에 의해 성장했다. 마치 광산의 카나리아처럼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질 수 있는 회사에만 혁신이 숨 쉴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소프트웨어는 욕망의 덩어리다. 혁신은 어쩌면 그 부산물이다. 더 재미있게, 더 멋지게, 더 효과적으로, 그래서 나와 나의 제품이 더 두드러지게끔 하고 싶은 욕망. 창조의 기쁨과 발견의 쾌감. 그 욕망이 손끝에서 마법을 부린다. 모든 프로그래밍이란 결국은 욕망을 향한 해킹인 셈이다.

따라서 프로그래머라는 개인의 욕망을 도외시한 채 의무만을 이야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안타깝게도 그 끝이 뻔하다. 그 일종의 집단주의적 노동은 다른 산업 노동과는 달리 컨베이어벨트의 중간 산출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올라가는 건물의 골조를 보며 뿌듯해 할 수도 없다. 마음먹으면 하루면 끝날 일, 한 달을 끌어도 그럴듯한 일정표가 나온다.

마음먹는 일이란 곧 해킹의 정신. 지금까지의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전혀 새로운 제안을 하는 용기. 많은 차세대 프로젝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바쳐야만 하는 주간 보고와 업무일지는 가던 길을 그냥 가자 속삭이기 때문이다. 괜히 나서서 시끄럽게 하느니, 적당히 힘조절하여 공수를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단기적으로 이익이다.

그 맹목적 행진이 도저히 유턴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문외한의 눈에도 그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 소문은 퍼지고 취재 기자는 찾아온다. 그리하여 아무리 자본과 인력이 추가 투하되어도 더 이상 수습할 수는 없는 경지에 도달해야 이 무의미했던 차세대의 행진은 멈추게 된다. 대개 타력에 의해.

우리는 그 동안 무엇을 했던 것일까?

해산된 프로젝트의 씁쓸한 추억과 함께 모두들 어디론가 흩어질 것이다. 그 자리에는 낮아진 경쟁력, 사라진 주주 이익, IT에 대한 환멸, 더불어 피폐해지는 개발자의 삶 만을 남긴 채, 모두들 어디론가 안개처럼 스러져 가는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먹어치운 이래 이 체제가 기능하지 않게 되는데, 여기에는 복합적 이유가 있다.
이 파란만장한 무용담은 수많은 교훈을 담고 있지만, 이 스토리의 본질은 한 줄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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